영춘권의 전체 구조를 이루고 있는 체계들을 소개합니다. 이 항목의 내용들은 교본 ‘영춘권’ 의 제3장 <영춘권의 투로> 편과 제11장 <영춘권의 꽃, 치사오> 편에서 발췌하였습니다.
소념두小念頭
영춘권의 첫 번째 투로는 소념두이다. 직역하자면 ‘소小’는 작다 또는 적다, ‘염두念頭’는 생각 또는 느낌이라는 의미이다. 영춘권의 3가지 맨손 투로 가운데 첫 번째인 ‘작은 생각’은 영춘권의 가장 기본적인 이론을 수련자에게 올바르게 인도해 주는 것이다.
영춘권의 모든 초식과 투로는 소념두를 바탕으로 하여 수련자의 내부에 자리 잡게 된다. 소념두는 얼핏 보기에 매우 쉽고 간단하게 보이지만 다양하면서도 가장 기본적인 영춘권 고유의 특징들로 구성되어 있다. 그 가운데에서도 특히 중요한 숙련사항이 바로 기본자세이다. 기본자세는 신체의 중심을 아래로 가라앉게 하며 영춘권 보법의 탄탄한 기초가 된다. 바로 이 자세가 ‘이자겸양마’ 이다.
소념두는 두 가지 방법으로 연마할 수 있다. 첫째는 전통적인 이자겸양마 자세로, 두 번째는 한쪽 발을 들어 ‘우거護腳(protective leg)’ 자세로 연마하는 방법이다. 그러나 우거 자세는 일반적으로 전형적인 이자겸양마 자세의 기초가 완전히 다져지고 영춘권의 발차기를 습득한 뒤에 연습한다. 대개 두 번째 투로인 심교 이후가 될 것이다. 소념두는 신체의 긴장을 충분히 이완하고 부드러움을 잃지 않는 자연스러운 상태에서 행해야 한다. 이렇게 할 때 영춘권 고유의 동작들 각각에 내재된 에너지가 물같이 부드럽게 흐르면서, 수련자의 신체에 잠재하고 있는 내적 감각을 일깨우는 조건을 만드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전체 소념두의 1/3 정도에 해당하는 3세勢까지는 되도록 천천히 행한다. 이 부분에는 영춘권에서 가장 빈번히 쓰이는 기본 방어법들과 타격법이 실려 있다. 여기서 특히 중요한 것은 소념두가 올바른 자세와 팔꿈치의 정확한 위치를 알려준다는 것이다. 영춘권의 팔꿈치 위치는 일반적인 무술들과 크게 다른데, 바로 이것이 영춘권의 특징적인 부분 가운데 하나이다. 팔꿈치의 정확한 위치에 집중함으로써 수련자에게 유효한 방어의 방법(사문방어)과 영춘권의 가장 중요한 사항인 ‘중심선’을 지키게 한다. 소념두는 그 연무를 통해 중심선 이론을 수미일관하게 강조한다. 중심선의 원리는 방어가 어떻게 이루어지고 어떻게 다시 원래대로 돌아오는가에 관한 법칙을 가르쳐 준다. 이것은 결국 상대의 방어를 쉽게 간파해내고 상대에게 효과적으로 침투하는 방법의 열쇠를 수련자에게 가르쳐 주는 것이다. 소념두 나머지 부분은 개개인의 특성과 연무 당시의 상태에 따라 평이한 속도로 연습한다.
소념두는 신체중심의 안정과 올바른 팔꿈치의 위치, 자연스러운 호흡, 중심선 원리, 무리 없이 흐르는 에너지 등 영춘권의 근본적인 원리와 이론들을 이해하는 원동력이다. 소념두를 통해 부단한 움직임 속에서 심신의 이완을 유지하는 방법을 깨닫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이것은 신체의 원활한 순환작용을 도울 뿐만 아니라, 이어지는 심교, 표지, 목인장의 수련의 필수적인 선행조건이 된다. 더 높은 단계의 프로그램을 익힐수록 영춘권의 수련인들은 소념두의 중요성을 더 절실히 깨닫게 된다. 소념두는 전체 영춘권 체계의 중심이자 핵이다.